6·3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보수진영의 상징적인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위해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들의 등판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적 행보로, 특히 낮은 투표율을 기록 중인 영남권에서 투표율 상승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정치권은 이들의 행보가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실질적인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걷기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직접 만나며 유세를 벌였다. 행사에는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주요 인사 10여 명이 동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행사 도중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김 후보와 가진 오찬에서 “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왔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진 행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순회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경 부산 범어사에서 차담과 공양을 한 뒤, 오후 2시 울산 장생포 문화단지를 방문하고, 저녁 5시에는 진주 중앙시장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의 PK 지역 방문은 단순한 격려 차원이 아닌, 보수 핵심 기반의 투표율 반등을 유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말 대구 서문시장을 깜짝 방문해 “김문수 후보가 동성로 유세를 할 때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번 PK 방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대면 행보는 여전히 보수 지지층에게 강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저조한 사전투표율을 보인 영남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보수의 핵심 거점으로 불리는 영남권은 전반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최저인 25.63%의 사전투표율을 보였으며, 부산은 30.37%, 경북 31.52%, 경남 31.71%, 울산은 32.01%로 나타났다. 반면 호남권은 전남이 56.50%, 전북 53.01%, 광주가 52.12%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호남은 높고, 영남은 낮다’는 이른바 ‘호고영저(湖南高嶺嶺南低)’ 현상이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유세는 지지층의 결집을 자극하고, 전체 투표율 상승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내부의 기대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등장으로 인해 ‘범보수 대안’을 자처하며 김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한 견제 효과도 기대된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 성향 유권자 중에서도 합리적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어, 전통적 보수층의 결속이 절실한 김 후보 캠프 입장에선 상징성이 큰 전직 대통령들의 지원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보수진영의 막바지 총력전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지금은 1년만 지나도 세상이 바뀌는 시대인데,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조언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의 지원 행보를 직격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의 PK 방문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결집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이며 반사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한 결집 효과를 노린 ‘보수 총결집’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대선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 보수진영의 상징적 인물들이 선거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이러한 행보가 실제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